본문 바로가기

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국산잡곡 농사 함께 이끌어요 <도울바이오푸드 영농조합법인> 정진옥 대표

국산잡곡 농사 함께 이끌어요

국내산 옥수수, 친환경 곡물의 맛과 영양 그대로

한살림 후레이크

도울바이오푸드 영농조합법인 정진옥 대표


글‧사진 박은진 편집부

 

지리산 자락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우리 농산물과 천연 재료들로 ‘옥수수후레이크’ 등을 생산하는 도울바이오푸드영농조합법인(이하 도울)이 있는 마을이다. 도울은 얇게 눌러 편 옥수수를 바삭한 식감을 위해 사용하는 기름과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고 구워서 만든 ‘옥수수후레이크’뿐만 아니라 무농약 이상의 현미와 흑미 등 국내산 친환경 곡물을 주원료로 만드는 ‘곡물후레이크’와 ‘딸기아침’, ‘옥수수아침’, ‘오곡아침’ 등을 한살림에 내고 있다. 후레이크는 얇은 조각을 뜻하는 영어단어 플레이크(flake)에서 온 말로 곡물을 가리키는 시리얼(cereal)이라는 단어와 혼용되고 있다. 우유 등에 말아서 식사대용으로 먹는 플레이크류는 1980년에 국내에 소개되었고 그 편의성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도울에서 내는 먹을거리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유전자조작의 우려가 없는 국내산 옥수수와 친환경곡물 등을 원료로 할 뿐만 아니라 칼슘, 비타민 등을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플레이크들은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 확인할 길 없고 유전자조작의 우려가 있는 수입산 곡물들에 수많은 첨가제들을 넣어 만든 게 대부분이다. 도울에서 만드는 한살림 먹을거리들은 시중제품들과 외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가치와 의미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특히 옥수수는 국산 자급률이 1% 안팎에 불과한 귀한 먹을거리라는 점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1997년에 설립된 도울은 처음에는 현미 쌀눈 등으로 만든 생식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런데 2000년대 말부터는 밀려든 수입 유기농 식품들 때문에 경영난을 겪게 된다. 그 무렵인 2010년, 남편의 건강 때문에 구례군으로 귀농한 정진옥 대표(45)가 도울을 인수해 시설투자 등을 단행한 끝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충족시킨 위생적인 첨단 설비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는 함께 일하는 직원 35명, 부지면적 약 4950㎡(1500평)에 2640㎡(800평) 공장건물을 갖추고 있다.

“우리 농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기초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여기에는 무엇보다 ‘가공’의 역할이 크죠.” 정진옥 대표는 도울에서 친환경 곡물 등을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일을 유기농농사 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살림의 경우도 2012년 기준으로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소비된 곡물이 전체 소비량의 39%에 달한다. 도울은 신선한 원료로 안전하고 맛있게 만드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도정한 지 1주일 이내, 늦어도 최대 2주를 넘기지 않고 가공을 마친다. 필요한 만큼 원료를 구매하고 그 양만큼 생산하는 식으로 생산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 시리얼의 시장규모는 2100억 원(2010년)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기업인 1,2위 업체들이 각각 57.4%, 39.1%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거의 모두 수입산 곡물로 만들고 있다. 예컨대 옥수수플레이크의 경우 K제품은 호주산 옥수수 88%, P제품은 브라질산 옥수수 89%다. 한살림 옥수수후레이크는 국내산 옥수수 83.7%다. 시중 제품에는 보존료를 비롯해 인공합성 첨가물과 비타민 등을 넣지만 한살림옥수수후레이크에는 유기농설탕과 화성한과에서 만든 쌀조청, 마하탑에서 만든 볶은소금이 전부다. 비타민 등 영양제조차도 인공으로 첨가하지 않았다. 한살림의 물품정책과 도울의 경영철학이 모두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원칙은 한살림 곡물후레이크와 오곡아침 등 한살림 물품들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도울에서 내고 있는 식사대용품들의 제조공정은 이렇다. 원료인 곡물 등을 깨끗이 세척하고 건조시켜 분쇄한 뒤 압출성형기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후 냉각시킨다. 그리고 플레이크류는 곡물을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압착한다. 압착설비가 고가라 대기업 외에는 플레이크류 생산에 뛰어들기 어려웠는데 2013년부터는 도울에서도 설비를 갖춰 물품을 내고 있다. 곡물을 압착한 뒤에는 식감을 조절하기 위해 적당히 건조시킨다. 그리고 맛과 향을 위해 조청과 유기농 설탕 등을 분사해 곡물을 코팅하고 건조·냉각을 거친 뒤 포장을 하면 제조 공정은 끝난다. 그 뒤 만에 하나라도 섞여 있을지 모를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금속검출용 엑스레이를 통과시켜 점검을 마친다.

도울의 직원들은 대부분 출퇴근을 하면서 자기 농사를 유지하는 인근의 여성 농민들이다. 이들 모두가 100% 정규직이다. 일정한 소비처를 마련해 친환경농업을 살리는 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가공한 건강한 먹을거리로만 생각해도 그 의미가 작지 않지만 식량자급, 농업살림, 지역살림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자랑스러운 한살림 먹을거리. 지리산 아래 도울바이오푸드 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