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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제터 먹이’ 살리기가 절실하다 우리농업과 생존을 위협하는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어둠을 밝힌다면서 병든 가족이 잠든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에 이어 중국과도 FTA를 추진하고 있다. 수출 시장을 넓혀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국 상품의 값을 낮춰 국민 소비 지출 비용을 줄이며 심지어 값싼 외국 유기농산물까지 이용하게 해 국민 건강까지도 배려한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붙여 FTA를 미화한다 하더라도 얻으려고 하는 그 전부와도 바꿀 수 없는 것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 흔히들 무의식적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 사는 데 제일 중요한 것, 매일 매일의 생명을 이어 주는 먹을거리, 식량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물질의 풍요’는 생명을 유지한 다음에 따질 일이다. 이것을 내세우며 ‘제터 먹이 공급 터’를 무너뜨리는 황망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가 예선전이었다면 한중FTA는 결승전이다. 미치는 파장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중국 농산물 생산비는 우리나라에 비해 평균 20~30% 수준이다. 특히 사과는 30%, 배, 가지, 오이 토마토 등은 20% 배, 대파, 콩, 당근은 16%, 참깨는 14%, 시금치상추 12.5%, 돼지고기, 닭고기는 55%에 불과하다. 중국산 농산물은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 관세를 적용했는데도 수입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가 먹는 채소류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7%에서 2010년 73%로 확대되었다. 지금도 고추, 마늘 같은 주요 채소는 95% 이상 중국산이다. FTA가 마무리 되면 이 땅에서 더 이상 우리 농산물이 존재나 할 수 있을지.

한중관계연구원의 공동조사에 의하면 한중FTA가 채결되면 한국의 농산물 수입액은 12조 늘어나고, 한국의 농업생산은 14~15%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농업총생산액이 35조원이니 5조원 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한미FTA가 발효되고 10년이 지난 뒤 농업 생산액이 1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면 5배나 많은 액수다. 이미 우리 농촌에는 65세 이상 고령 농민이 40%에 달하고 젊은이들은 농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가 한 술 더 떠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식량공급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불러오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이 먼 거리 물자이동에서 발생 한다. FTA는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식량 생산 환경을 악화 시킬 것이다. 이미 석유 생산량은 정점을 지났다. 석유에 의존한 운송수단으로 지탱하는 FTA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미 ‘제터 먹이’ 공급체계가 파괴된 상태에서 국민 생명줄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장거리 운송수단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또, FTA는 전 세계 농업환경을 훼손시키고 결국은 온 인류를 파멸의 길로 몰아갈 수 있다. 이미 식량위기는 10세 미만의 아동을 5초마다 1명씩 굶어 죽게 하고 있으며 10억의 인구를 상시적 기아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FTA를 그래도 하고 싶다면 농업은 제외 시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완강하게 거부해야 한다. 거부하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촉구하는 것, 또 하나는 우리 땅의 지속 가능한 제터 먹이, 유기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한살림 밥상을 차리는 일,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를 덜 쓰는 삶을 실천하는 일, 우리 함께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