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 발자취/나물이야기

2014년 2월 나물이야기 / 대보름나물

오곡밥과 함께 먹는 아홉 가지 대보름나물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곧 설입니다. 설 명절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저희 집은 시댁 아버님 형제분들이 여섯이고 저희 아버님이 여섯 번째라 정오가 다 되어서 차례를 지냅니다. 따라서 저희 조카나 시동생들은 큰집부터 집집마다 차례로 인사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청주 시내를 누빈답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습 중 하나이지요.

설을 쇠고 나면 풍년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이 있습니다.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보름은 예부터 농사의 시작일이라 하여 다양한 풍속이 있지요. 해충을 없애는 의미에서 쥐불놀이를 하고, 잡귀를 쫓아내고 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지신밟기를 합니다. 그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낸다는 뜻으로 연날리기를 하며 풍년을 기원하고 달집도 태웁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대보름날 해뜨기 전,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시고 내 더위 사라며 더위를 팔기도 하지요. 제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께서 대보름 전날, 팥 시루떡 위에 정화수를 올려놓고 풍년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시곤 하셨답니다.

대보름 전날에는 점심을 굶고 이른 저녁으로, 아홉 가지 대보름나물과 아홉 그릇의 밥을 먹는다는 풍습도 있습니다. 대보름나물은 지난해 삶아서 말린 묵나물들로 만드는데요, 그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취나물, 가지말림, 박고지, 고사리, 도라지, 고비, 토란대말림, 고구마줄거리, 호박고지, 다래순, 아주까리잎 같은 나물들이 있지요. 묵나물은 잘 삶아서 찬물에 하루정도 우려 두었다가 먹습니다. 묵나물도 보통 나물처럼 들기름으로 볶음을 하거나 무침을 해야 나물 특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번 대보름에는 밥은 오곡밥(찹쌀, 수수, 차조, , 검정콩)을 짓고 나물은 아홉 가지는 아니더라도 서너 가지 정도 만들어 가족들이 함께 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기는 건 어떨까요? , 그리고 2월 중순에 한살림 대보름 행사가 전국의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에서 열린답니다.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회원이 즐겁게 어우러져 대보름 풍습도 즐기고 함께 풍년을 기원하면 좋겠습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