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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2014/04/28 초여름 집집마다 매실청, 매실장아찌, 매실주 섬진강이 기르고 소비자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한살림 매실/ 서명식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생산자

초여름 집집마다 매실청, 매실장아찌, 매실주 

섬진강이 기르고 소비자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한살림 매실

서명식 전남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생산자

글·사진 정미희 편집부


한살림 살림꾼들은 해마다 6월 말이 되면 겨울철 김장 하듯 매실을 공급받아 매실 진액, 매실청, 매실장아 찌, 매실주 등을 담는 게 연례행사다. 이렇게 저장 발효시킨 매실을 일 년 내내 음료, 천연조미료, 천연 소화제 등으로 요긴하게 이용한다. 이렇게 조합원들 손에서 다시금 귀한 식재료로 거듭나는 기특한 과일, 매 실. 한살림에 청매와 황매를 내는 전남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서명식 생산자를 만났다. 

 광양시 진상면 서명식 생산자의 매실 밭. 추위를 이겨내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매화가 진 자리에 대추만 한 매실들이 알차게 달려있다. “올해는 매화가 일주일 정도 일찍 피었어요. 분홍빛 매화가 눈꽃처럼 피어서 아주 장관이었죠. 수확도 예년보다 좀 빨라질 것 같아요.” 서명식 생산자는 대화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면서도 매실 나무에 난 작은 곁가지들을 부지런히 살핀다. 마치 아이 서넛을 길러 능숙한 엄마가 아이를 다루는 것 같다. 

 광양 매실은 1931년 일본으로 징용을 끌려갔던 김오천 씨가 13년 동안 광부로 일해 번 돈으로 심은 매화나무 5천 그루에서 시작되었다. “광양이 매실 키우기 좋아요. 백운산과 섬진강에 둘러싸여 공기도 깨끗하고, 물도 맑 고, 일조량도 많아요.” 광양이 고향인 그는 원래 뽕나무를 키워 누에고치 수출을 하다가 제대 후 27세부터 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매실은 매실주를 담그거나 한약재로 사용될 뿐 일상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던 과일이었다. 값도 너무 싸 그냥 베어 버린 때도 있었다. 매실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2000년 최고의 시청률 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 덕이었다. “허준이 전염병 때문에 복통이나 설사에 시달리던 사람들한테 매실즙을 물 에 타 먹이니 낫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걸 보고 매실을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 어요. 그해는 매실값이 아주 좋았죠.” 평균시청률 53%에 달하던 드라마 한 편이 자식처럼 키우고도 알아주는 이 없어 가슴앓이를 하던 농부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매실음료가 인기를 얻고, 다양한 이용법도 알려지 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매실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총 13농가가 모인 한울타리공동체는 6년 전 광양에서 함께 생명농업을 실천해오던 김진석 목사의 소개로 한살림에 매실을 내기 시작했다. “한 살림에 매실을 내기 시작하면서 시중 가격에 상관없이 사전에 약속한 가 격과 수량대로 출하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점이 늘 든든하고 큰 힘이 됩니 다.” 소비자조합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중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믿을 수 있는 유기농 매실을 일정한 값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는 약 5만㎡(15,000평) 매실밭에서 백가하 품종의 청매와 남고 품종의 황매를 재배해 매년 약 2톤가량 수확하고 있다. 매실은 다른 과일에 비해 병충해가 적은 편이지만, 기상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매화가 절정을 이루는 3월 상순경이면 기상 변화가 심해 서리 피해 를 입기도 하고, 저온상태가 되면 꽃가루 매개 곤충 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결실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 앞에 농부는 그저 겸손하 게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병충해가 생기더라도 친환 경 자재만으로 구제하고, 밭에는 풋거름으로 쓰기 위 해 콩과의 덩굴성 식물인 헤어리베치를 심어 잡초의 발생도 억제하고, 토양 내 수분 증발도 막는다. 매실 에는 표면에 검은 점들이 찍히는 흑점병이 돌기도 하 는데, 관행 재배에서는 화학농약 등으로 치료하지만 친환경 자재로는 치료가 힘들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확을 마친 뒤에 출하할 때는 최대한 선별을 잘 해서 보내고 있다. 

 매실 농사 중 제일 품이 많이 드는 것은 6월 망종(6월 6일 무렵) 이후 시작되는 수확이다. “무더위에 매실 하 나하나 상처 없이 일일이 수확하자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요. 농촌은 일할 사람 구하기도 쉽지가 않 으니 해가 갈수록 농사가 어렵네요.” 매실은 열 발산이 많은 작물이라 운송 과정에서 무르기 쉬워 생산지에서 는 매일 약정량을 수확해 농장에서 1차 선별을 거친 뒤 서늘한 저녁에 차에 실어 물류센터로 올려보낸다. 새 벽에 도착한 매실은 물류센터에서 다시 2차 선별 과정 을 거쳐 소포장해서 조합원 댁으로 보내진다. 

 매실은 유기산이 풍부해 신맛이 강한데, 산 성분 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연산은 당질의 대사를 촉진 하고, 피로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그 외 사과산, 주 석산, 호박산 등은 식욕을 돋우고 위장 작용을 활발 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매실은 시디신 맛과 씨에 들 어 있는 독성 때문에 생으로 먹을 수 없어, 공급받은 뒤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가공을 해서 먹게 된다. 조 합원 댁에서 매실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물어보니, 매실 진액 덕을 보셨다면서 만들어 먹어보라고 권하 신다. 매실 진액은 씨를 빼고 과육만 즙을 내 흑갈색 이 된 뒤 주걱에 실처럼 늘어날 때까지 장시간 달여 만든다. 이것을 냉장고에 두고 식후 한 차술씩 꾸준 히 먹고 있는데, 경험한 이들은 속이 아주 편하고 건 강해진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한다. 조합원 댁에서 이맘때 매실을 주문하는 것은 매실을 설탕에 재어 매 실청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의 탐 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발효음료에 대해 과채를 발효 시킬 때 넣는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것을 두고 ‘설탕물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소비 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밥의 녹말성분이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에너지원이 되는데, 포 도당과 설탕이 동일한 물질이라는 식의 방송의 주장 은 무리가 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도 먹는 것(식물)도 그 근원은 하나라는 뜻이다. 지 리산, 백운산, 섬진강 자연이 기르고 정직한 땀이 키 운 약처럼 귀한 매실. 올해도 집집마다 ‘담근’ 매실이 우리 몸을 보하고 건강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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