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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각비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각비(覺非)는 중국 당나라 시인 도연명이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지금이 옳고 어제가 그른 것을 깨달았다”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는 나이 마흔한 살에 짧은 관직생활을 했는데 고을 수령이 행차하니 맞을 준비를 하라는 공문을 받습니다. 이에 사표를 쓰고 귀향을 결심하며 시를 노래하는데요. 지난 시절 도회에서 권력을 좇아 살며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었던 삶의 허망함과 잘못을 깨닫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동시에 고향의 소박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인의 전면적인 각성의 마음도 읽혀집니다. 별 생각 없이,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주변 속도에 맞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더보기
<살리는 말> 허구의 성장경제 1960년 대 말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산업화, 공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 결과 우리의 생활과 경제는 물량적으로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나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양이나 크기만큼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도 향상이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올해도 전 세계가 성장률 둔화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한정된 자원으로 언제까지나 경제 성장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닐까요? 경제성장의 양적 지표로 널리 사용하는 용어로는 국민총생산을 말하는 GNP와 국내총생산을 말하는 GDP가 있는데요, 그 차이는 생산 활동이 이루어진 장소를 중시하느냐, 국적을 중시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보기
<살리는 말> 위기의 산업문명 근대 사회는 수렵채취의 원시 사회나 농업 중심의 중세 사회와는 달리 산업문명이라는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리 잡은 산업문명은 기술 발전을 통해 자연에 대한 지배와 수탈을 확대하고 인간의 노동을 기계화, 합리화함으로써 놀라운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생산력의 발전은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소비가 미덕인 양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누리게 만들었고 산업문명은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기술혁신을 거듭해가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력의 발전은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산성비,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초래하기 시작했고 대량 소비문화는 인간 소외, 공동체 파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산업문명을 발달시킨 또 하나의 동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였습니.. 더보기
<살리는 말> 석유문명 현대 인류문명을 산업문명, 혹은 공업문명, 때로는 석유문명이라고 합니다. 지금 세상이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없이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사용할 것입니다. 석유를 원료나 동력으로 하는 것은 공업뿐만이 아닙니다. 농작물을 심고 키우고 거두는 일, 농기계를 만들고 그것을 움직이는 동력은 물론이고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도 모두 석유에서 뽑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도 그렇습니다. 냉난방, 수돗물을 쓰고 밥을 짓고 차를 타는 등 거의 모든 일상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활을 편하게 하고 문명을 발달시키다 보니 대기가 오염되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해졌습니다. 산성비, 천식, 폐암 등 호흡기 관련 질환은 물론이고 폭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과 .. 더보기
<살리는 말> 중앙집권적 기술관료 체제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10여 년 전 서울시 수돗물에 불소를 넣겠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한살림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수돗물 불소화 반대 국민연대’를 결성하고 불소화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공청회에서 만났을 때, 참석자 가운데 치과의사 한 분이 우리를 전문가가 아니라며 무시하려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그이도 불소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충치 등을 치료하는 치과 전문의일 뿐인데 말이지요. 충치 예방을 위해 수돗물에 불소를 넣자는 전문가들에 비해, 우리는 충치는 단것을 줄이고 식사 후 이 닦기를 충실하게 하는 등의 생활습관을 익혀서 예방하는 생활의 문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설혹 불소의 독성보다 이익이 더 많다고 해도 전문가들은 불소와 같은 화학물질에 더 취약한 노약자, 유아,.. 더보기
<살리는 말> 기계론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반 잔의 물을 보고 반이나 남았다고 말하는 낙관론이 있는가하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기계로 보는 기계론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각이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케이지 닭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거기에 있는 닭은 살아있는 생명이라기보다는 원료를 투입하면 제품이 나오는 공장의 기계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는 대로 먹고 원하는 만큼의 계란을 생산하는 기계처럼 여기니까 움직일 필요도, 사랑을 나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암탉만 키우고 늙어서 산란율이 떨어지면 폐사 시키는 거지요. 들인 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느냐에만 관심이 있기에 그들의 본성이나 가.. 더보기
<살리는 말> 세계관 세계관은 세계를 보는 눈, 세계에 대한 통일적인 이해를 말하는데 생명운동은 세 계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계관이 오늘의 사회를 이렇게 만든 근본이면서 또, 동시에 새로운 역사의 창조도 세계관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생명운동에서는 기계론적 세계관과 생명의 세 계관을 구분합니다. 현재의 세계가 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진단하 면서우리의생각을생명의세계관으로전환하고그를근거로한새로운삶과사 회구조를 만드는 것을 생명운동의 목표로 삼습니다. 모든 것을 낱개로 쪼개고 도 구로 생각하는 요소론적, 기계론적 세계관은 서구에서 생겨났습니다. 서구의 세 계관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라는 올림픽의 정 신이 원자론, 요소론이 탄생한 그.. 더보기
<살리는 말> 요소론 우리 옛이야기에 죽음을 앞 둔 아버지가 자식들을 불러놓고 유언을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나란히 앉은 삼형제에게 각각 회초리 하나씩을 부러뜨리라고 합니다. 이미 다 큰 자식들이 쉽게 회초리를 부러뜨리자 이번에는 한 묶음의 회초리를 내놓습니다. 애를 써도 부러뜨리지 못하자 아버지는 아무리 힘에 겨운 일이라도 서로 힘을 합하면 감당할 수 있으니 늘 돕고 살라고 당부한 후 돌아가셨다지요.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는데 인디언 마을을 점령한 미국인들이 학교를 세우고 가르친 다음 시험을 치기로 합니다. 서로 말도 나누지 못하게 띄엄띄엄 앉히고 가운데 책가방도 올려놓고 시험지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시험지를 본 아이들이 우르르 한 데로 모이더니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란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 더보기
<살리는 말> 역설 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옛날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나누어 생각합니다. 백설공주는 착한 사람, 계모는 나쁜 사람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백설공주는 하는 말, 생각, 행동이 모두 착하기만 하고 반대로 나쁜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모든 행위가 나쁘기만 할 거라는 생각에 사로 잡혔던 때, 그 시절엔 사랑하신다면서 벌을 세우고 때로는 종아리를 때리기도 하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해 그 사랑이 거짓이라고 짐짓 얼마나 서러워했는지 모릅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아끼는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나이 들고 자식 키워보니 매를 드는 사랑이 더 어렵더군요. 또, 지금은 만인의 만인을 향한 경쟁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더보기
<살리는 말> 생명운동이 꿈꾸는 미래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돈이고 그 돈을 만들어내는 곳은 은행, 보험, 주식시장으로 이루어지는 금융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쩐지 요즘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보다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다른 사람들 보다 늘 앞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밤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합니다. 아직 한참 자랄 나이에 있는 어린 아이들조차 다가 올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위해 지금, 오늘을 즐기기가 힘든 것처럼 보입니다. 요즈음 유명한 여배우가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나, 미쳐요. 당신은 당신 좋은 거, 난 나 좋은 거, 그렇게 살아요."라며 각각 화면 하나씩 차지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권하는 광고를 봤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