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보물에

순수함 가득 담은 이

강용규 유애래 생산자

결이 다르다. 유애래의 강용규 생산자와 이야기하면서 한살림의 여타 생산자들과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지구환경에 대한 감성을 키워간 점이나, 유제품이라는 2차 생산물에서 1차 생산물인 우유로 관심의 영역이 역주행한 점 등. 한살림 생산자라기보다는 벤처기업 CEO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가 친환경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릴 적 보낸 외국생활의 영향이 컸다. “‘지구에 발자국을 적게 남겨야 한다’라는 인식이 많은 곳이었어요. 덕분에 지구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고민을 어려서부터 할 수 있었습니다.” 유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축산학으로 유명한 UC데이비스에 다니면서부터. 초지에서 자란 젖소와 좋은 우유가 널려있던 그 곳에서 전공인 생화학 지식을 이용해 취미로 만들었던 요거트는 어느새 그의 인생이 되었다.

요거트를 한국에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할 무렵 국내 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대기업의 요거트는 겉모습만 흉내 낸 가공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첨가제를 이용해 구조를 안정시키고, 감미료로 맛과 향을 첨가해 만들었지요.” 첨가물 없이 우유와 유산균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유산균의 종류와 배합 비율, 발효 방법 등을 조절해 우유와 유산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기술입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요거트를 좋아한다면 최대한 이끌어낸 순수한 맛 덕분일 것입니다.”

좋은 유제품의 필수조건은 원유의 상태. 인근 목장에서 원유를 받아 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그의 관심은 ‘더 좋은 우유’로까지 확장됐다. “일반 우유로 좋은 유제품을 만들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유기농우유에 눈을 돌리게 됐고, 아예 풀만 먹인 젖소로부터 나오는 ‘목초우유’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목장 중 젖소에게 곡물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고, 목초만 주는 곳은 유애래 풀 목장이 유일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채광과 환기가 잘 되도록 조성된 우사에는 수십센티미터의 푹신한 톱밥층에 젖소들이 누워 쉴 수 있을 정도로 넓게 깔려 있다. 널따란 운동장과 소들이 원하는 시간에 젖을 짤 수 있게 해주는 로봇착유기도 마련했다. 풀 목장을 관리하고 있는 신동환 목장장은 “풀 목장은 좋은 먹이, 깨끗한 물, 넓고 안락한 공간 등 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대부분 갖췄다”며 “행복한 소에서 건강한 우유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 곳 젖소들의 표정을 매일 보고 있자면 목초우유에 대한 믿음이 절로 생긴다”고 전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시도였기에 보상도 컸다. 자체 검사 결과, 목초우유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은 일반 우유의 2배 이상. 우유 속 필수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는 CLA 함량은 5배가 넘는다. 대기업들이 정체된 유제품 시장의 타개책으로 목초우유를 주목하는 이유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유기농 풀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목초사료만 먹이면 우유 생산량이 2/3 정도로 줄어든다. 원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살림은 그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우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최고의 동반자다. “비교대상이 없는 목초우유는 차치하고, 유기농우유도 시중의 프리미엄우유보다 훨씬 품질이 좋은 데도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유통비용을 최소한으로 책정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해준 한살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유제품을 우리 땅에서 만들어 ‘우유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돌아오게(乳愛來)’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강용규 생산자. 한살림의 기존 생산자들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생명을 생각하며 정직하게 만든 좋은 물품을 나누고 싶다는 ‘꼴’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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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유자로 피어난

뱃사람의 꿈

  김광부 두란농장 생산자

두란농장으로 향하는 먼지 가득한 그의 차 안에서는 소금냄새가 났다. 뭐를 흘렸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원래는 배를 탔었어요.” 두란농장 김광부 생산자는 뜻밖의 말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부산 수산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장교를 거친 후 큰 배의 선장으로 오대양을 누비며 남들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재산을 모았었다는 김광부 생산자. 유자는 물론, 땅과도 평생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그는 어떻게 한살림에 유자차를 공급하게 된 것일까.

“여기가 유자밭입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척해진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던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우거진 나무들만 가득하다. “자세히 보세요. 저게 다 유자나무입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유자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유자밭이라고 하니 평지에 유자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있는 모습을 생각하시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이곳을 보면 대부분 놀라워합니다.”

두란농장 유자밭의 넓이는 약 1만5,000평. 유자나무의 수도 3,000그루에 육박한다. “매년 나오는 유자량은 35~40톤 정도입니다. 밭 넓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죠.” 그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며 재배했다면 80톤 이상 생산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가파른 돌산 비탈 곳곳에 대중없이 자라고 있는 유자나무를 보니 적은 생산량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런 곳에 유자밭을 만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유자에 맞춰 땅을 고른 것이 아니라, 땅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오랫동안 배를 탔지만 땅을 그리워하던 그에게 “좋은 곳이 있다”며 지인이 권한 곳이 지금의 두란농장터다. 석양이 가까워질 무렵 이곳에서 땅과 바다를 함께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땅을 산 뒤, 고민 끝에 유자농사를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하얗게 핀 유자꽃과 노란빛 열매를 유달리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유자농사가 수월할 리 없었다.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 까닭에 생명농업으로 방향을 정하기는 했지만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였다. 준비기간을 5년 정도 거친 뒤 1988년 고흥과 거제에서 1,500그루씩 총 3,000그루의 유자나무를 가져다 심었지만 유자농사의 벽은 높았다. “관행농법으로 유자를 키우면 7~8년이면 수확할 수 있었는데 저는 15년 이상 걸렸습니다. 얼추 수익이 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지금은 몸으로 부딪혀 자기에게 맞는 농법을 찾았다며 웃는다. “닭똥과 톱밥을 섞어 발효퇴비도 만들고, 잡초를 막기 위해 헤어리베치도 심어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나무들이 힘도 세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그 중에서도 김광부 생산자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작업은 가지치기다. “가지치기를 제때 해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나무만 커집니다. 다른 일은 몰라도 수형을 잡아주는 것은 꼭 제가 하려고 합니다.”

한살림은 그가 무턱대고 뛰어든 생명농업의 길에서 만난 좋은 벗이다. 그가 유기농법으로 유자를 재배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한살림 실무자가 찾아와 가을걷이 때 판매할 유자를 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는 유자농사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라 유자가 볼품이 없었어요. 새까맣고 누리끼리한 유자를 대여섯 바구니 정도 따서 보냈는데, 한살림 조합원들이 다 사갔다고 해서 신기했었죠. 그것이 유자로 낸 제 첫 수익입니다.” 이때 느낀 감사함과 신뢰는 지금까지도 그와 한살림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100% 유자차 형태로 한살림에 공급된다. 조합원들에게 향긋한 유자향을 1년 내내 전달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반영됐다. 선별부터 세척, 절단, 씨분리, 채썰기, 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 대부분이 아직 자동화되지 않아 품이 많이 들지만 유자차를 맛있게 드실 조합원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로도 마시고 빵에 발라서도 먹다보면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먹을 수 있습니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크기가 작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며 군데군데 거뭇하니 볼품이 없다. 그러나 향과 맛은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유자와 비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이런 유자로 만들었기에 한살림 유자차의 향 또한 남다르다. “알이 단단하고 향이 좋은 이유요? 돌산 비탈면에서 바닷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땅을 딛고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더욱 향기로운 유자. 땅을 파며 생활하지만 여전히 뱃사람의 씩씩함, 소탈함을 품은 김광부 생산자와 많이 닮았다. 땅에 떨어져 있는 유자를 기념 삼아 두어 개 챙겨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향긋한 유자향이 뒤섞여 기분 좋은 향이 났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세상을 바꾸는
두부 한 모의 힘

윤태수 한살림안성마춤식품 생산자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문을 열었다. 이름에 ‘한살림’이 붙지만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주체는 한살림 하나가 아니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위치한 안성시와 주변 6개 농협(고삼, 금광, 대덕, 미양, 삼죽일죽), 그리고 한살림까지 ‘생산-소비-행정’의 세 축으로 구성됐다. 한살림은 물론이고 생협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구성이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윤태수 생산자는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한살림 생산지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 강조했다. “이제 한살림의 가공산지 중에서도 산지재배치를 통해 제2, 제3의 산지를 개발해야 하는 곳들이 늘어날텐데 지역농협과의 연대를 통해 설립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공공성 측면에서도 의의가 적지 않구요.”

한살림안성마춤식품 설립을 계기로 한살림은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도전 앞에 섰다. 안성지역 콩 생산자들은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자연히 그 지역의 콩 재배 면적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콩을 비롯한 식량자급률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한살림다운 공공성 실현이다. 또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은 안성지역 하나로마트와 학교급식으로도 공급, 물품을 통한 말걸기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한살림 두부는 맛과 영양, 가격과 의의까지 모두 잡았다는 극찬을 받는 물품이다. 2,000여 종에 달하는 한살림 물품 중에서도 공급량 1, 2위를 다투는 효자물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살림안성마춤식품에서 나오는 두부도 기존 산지인 푸른들영농조합 두부와 같을까?

한살림안성마춤식품 두부는 푸른들영농조합에서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녔다. 한살림 두부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푸른들영농조합에서 두부 생산을 담당하였던 김필태 생산자가 생산 전반을 맡고 있어서 한살림 두부 특유의 맛과 품질을 완전히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한살림 두부의 장점인 생태순환농업은 어떨까. 푸른들영농조합의 경우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깍지·콩비지는 아산지역 축산농가의 사료로 사용되고, 이를 먹고 자란 소의 분뇨는 농업퇴비로 쓰인다. 그리고 이 농업퇴비로 영양을 얻은 콩은 다시 두부로 재탄생한다. 버릴 것 하나 없이 돌고 도는 생태순환농업이라는 점에서는 한살림안성마춤식품도 동일하다. 그러나 범위는 조금 다르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에서 나온 콩 부산물은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에서 사료로 이용할 계획이다. 지역의 범위를 넘어선, 한살림 차원에서의 생태순환농업이다. “계획 당시부터 한축회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안성지역의 축산농가와 콩 재배농가로 이어지는 지역생태농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부의 품질을 좌우하는 콩 생산농가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윤태수 생산자는 “11월 말부터 안성지역의 콩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잡혀있다”며 “한살림다운 농법과 생산철학, 그리고 가격결정구조 등이 교육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두부의 품질, 생태순환농업의 가치에 이어 수급 생산자의 교육까지 기존 한살림 두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밥상 위의 단골손님 두부. 꼼꼼히 따져볼수록 그 속 깊음에 반하게 되는 한살림 두부 한 모가 전국 가정의 식탁 위에 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