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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물품 써보니 어때요?/독자가 쓰는 사연

아이의 인성도 살려주는 한살림 소식지




임민하 한살림서울 조합원

한살림 소식지를 보고 있는데, 다섯 살 된 둘째 아이가 다가왔다. 소식지에 실린 사진을 유심히 살피더니 “엄마, 토마토가 왜 이렇게 많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요?”라고 묻는다. 언뜻 사진만 보고 “이건 토마토가 아니라, 감 아냐? 사과인가?”라고 대답했다. 다시 보니, 토마토가 맞았다. 표지가 감 생산자여서 순간 착각한 것이었다.

글씨도 모르는 아이가 작은 사진을 보며 토마토라고 알아본 게 신기했다. ‘아름다운 농부로 늘 그 자리에 있고 싶다’라는 꼭지를 술렁술렁 읽어주었다. 토마토 농사가 잘 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농부의 마음이 내 마음처럼 여겨졌다.

“농부아저씨, 농사가 잘 되지 않아서 정말 슬프시겠다. 그치? 네 마음에는 어떻게 느껴져?” 아이에게 물으니, “엄마, 나도 슬퍼!”라고 한다. 조금 뒤 아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주절거리기 시작한다. “음, 토마토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으면?”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아이는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많은 토마토를 밤낮으로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배고프거나 화장실 가고 싶으면?”, “본드는 어때?” 장난감이 부러졌을 때 본드로 붙여서 되살린 아이의 기억이 아이디어로 변환된 순간이다.” 땅에 떨어져 터졌을지도 모르는데, 붙인다고 원래 토마토 모양으로 바뀔 수 있나?”

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실망하는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아이가 작은 자동차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자동차랑 농부아저씨 중 하나만 살려야 한다면 넌 누구를 살리고 싶어?”, “둘 다지, 둘 다 살려야 돼.”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는 기사내용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생산자에 대한 아이의 관심과 본래 지니고 있는 생명살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에 대한 창의인성교육과 도덕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꼭 필요한 것이지만 아이들 내면 속에 있는 생명살림의 마음을 키워주는 방식이 아니라 안타깝다. 외부 교육을 통해 가치만 심어주고 그 방식으로 조기교육, 선행학습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자신만 챙기는 이기심이 아이들에게 심어진다는 점도 안쓰럽다. 그런 점에서 한살림 소식지를 통한 교육은 생산자들의 진솔하고 협동하는 삶을 통해 세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가 어떤 정보를 접하는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고 본다.

그리고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과 그 가치들을 일상 대화의 소재로 삼아 관심과 호기심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한살림 생명학교같은 순수지향형 예술활동을 통해 삶과 앎이 일치된 체험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를 살리는 마음과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한살림은 물품을 소비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너머 이 아이들의 삶의 콘텐츠이자 삶의 무대로 부상할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