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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좁쌀 한 알 속의 우주

오병이어의 기적

오병이어의 기적

최성현 홍천 신시공동체 생산자

성경에 보면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먹고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병이어 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가 가로되 이곳은 빈 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 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먹게 하소서 예수께서 가라사대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이 가로되 여기 우리에게 있는 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이니이다 가라사대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하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먹은 사람은 여자와 아이를 빼고도 오 천 명이나 되었다.

무슨 뜻일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목사에게 물어보았다. “믿어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교회에 다닌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것이 예수님의 힘이다.” 그러나 어느 것 도 내게는 후련하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를 마술사로 만들고 있었다. 왕초 마술사 정도로.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 그 사람이라면 분명 다를 거야! 장일순! 그에게 물어보았다. “별거 아냐. 예수가 거기 모인 사람들 주머니를 턴 거야.” 장일순은 웃으며 뭘 그렇게 답이 뻔한 걸 다 묻느 냐는 투로 대답했다. ‘턴다라는 거친 표현은 그때의 분위기가 워낙 화기애애했던 탓이었다. 그 랬다. 사실은 그 길밖에 달리 길이 없다. 그 쉬운 답을 왜 나를 비롯하여 나머지 사람들은 몰랐 던 것일까?

떡 두 덩이와 물고기 다섯 마리로 오천을 먹이고도 남는 마술보다 더 큰 기적은 사람들이 주머 니 속에 감추려고 하는 것을 내놓게 하는 게 아닌가! 제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남과 나누는 게 아닌가! 그게 안 돼 이 세상은 아수라 판이 아닌가!


글을 쓴 최성현 생산자는 강원도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산에서 살다와 순례기인 시코쿠를 걷 다등을 썼고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여기에 사는 즐거움등을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