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산지에서 온 소식/한살림하는 사람들

소식지 550호 _ 흙기사, 씨기사, 물기사 함께 볍씨 뿌려요

흙기사, 씨기사, 물기사 함께
볍씨 뿌려요

강원 홍천 명동리공동체 공동파종

 

(사진 왼쪽부터 이영옥, 최원국, 이재헌, 김양순, 이기숙, 김기섭, 이재관, 반종명, 류재한 생산자)

볍씨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살살 만지면서 요리조리, 그게 그거 같은데 강원 홍천 명동리공동체 생산자들 눈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며칠 전에 좋은 놈으로 골라 소독하고 발아시킨 볍씨를 드디어 틀못자리에 뿌리는 날. 볍씨가 적당히 촉촉한지, 눈은 잘 틔웠는지 연신 살핀다. “못자리는 농사의 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니, 20년 넘게 친환경 벼농사를 함께 지으면서 2001년 전국 최초로 ‘농약 없는 마을’까지 선포한 명동리공동체 생산자들이 이런 일을 따로 한다면 서운하다. 공동 작업장에 모인 생산자들에게 물으니 볍씨를 깨워 소독하고 못자리 낼 준비를 하는 시기는 보통 4월 10일경부터이지만 정확히 며칠이라고 하기 어렵단다. 지역마다, 기후에 따라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자두꽃이 필 때”라고 하고 누구는 “개구리와 도룡뇽이 알을 낳고, 개나리가 활짝 필 때”라고 한다. 이맘쯤, 볍씨를 물에 담그고 내리는 단비로 못자리를 했는데 ‘곡우’라는 절기 이름에는 농사에 필요한 비가 꼭 내리기를 바라는 소망이 들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