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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쌀은 농민의 피땀, 쌀값 보장이 먼저다

[살림의 창]

쌀은 농민의 피땀,

쌀값 보장이 먼저다

글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2015년 시작과 동시에 쌀 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면서 누구든지 관세만 부담하면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부는 재고가 많아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의무사항도 아닌 밥쌀 수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버렸다.

이런 와중에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호소하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아직까지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으며, 오히려 농민들을 구속하고 사법처리 운운하며 위협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 중 마지막 남은 쌀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노구를 마다하고 아스팔트에 서서 온몸으로 호소하던 고령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쌀값은 80kg 한 가마당 약 17만5,000원에서 최근 약 14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쌀값이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쌀값 폭락의 주범이었던 과잉 재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올해도 밥쌀을 계속 수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한, 정부는 올해 쌀의 추가 개방 여부가 걸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쌀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고 나선 상태다. 올해 약 3만ha를 줄이라고 지자체와 농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우리 쌀이 재고에 주는 부담은 약 25∼30만 톤인데 비해 수입쌀은 약 40만 톤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입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규제나 관리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쌀 재배면적을 줄이라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밥쌀 수입을 중단하거나 일본처럼 수입쌀을 처음부터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수입쌀 우대, 우리 쌀 홀대’ 정책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권고대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자연히 쌀 자급률이 떨어지고 식량자급률도 급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정부는 또다시 부랴부랴 쌀 재배를 늘리라고 호들갑을 떨 것이다. 이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사실로서 쌀값과 자급률의 반복된 악순환일 뿐이다.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을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이다.

정부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 따른 연쇄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있다. 3만ha에 달하는 쌀 재배면적이 다른 작물로 전환될 경우 고추, 마늘, 양파, 배추, 콩 등 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농산물 15개 품목에서 약 10∼30% 가격하락 및 소득손실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저 지자체와 농민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10만 톤 이상의 밥쌀 수입을 계획했지만, 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를 통해 6만 톤을 수입하는 선에서 막아냈다. 우리 쌀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농민들은 올해도 머리띠를 동여매게 됐다.

 

글을 쓴 장경호 님은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그리고 가톨릭농민회가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건국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